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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 서예대상에 오자” 일파만파-6월 24일자

“국전 서예대상에 오자” 일파만파
[포커스신문사 | 박영순기자 2011-06-24 09:18:04]
 
‘현란할 힐’ 바른 표기(왼쪽)와 국전대상작 가운데 문제의 오자(오른쪽).

서예계 “없는 글자…억지논리로 두둔”
심사위원측 “획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심사위원 자질논란ㆍ청탁의혹 등 확산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서예부문 2011년도 대상작인 박선호씨의 ‘고봉선생시’를 둘러싸고 ‘자격박탈’ 논란이 일고 있다. 서예계 일각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대상작에 적힌 오자(誤字)를 억지논리를 내세워두둔하고 있다”며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대학원 이주형 교수(한국서예비평학회이사)는 23일 “박씨가 마지막에 쓴 ‘힐’은 명백한 오자인데도 심사위원들이 대상작으로 뽑아 국전 위상을 떨어뜨리고 수많은 서예인들의 자존심을 구겼다”면서 “논란이 일자 감수위원들은 ‘吉(길)’을 ‘古(고)’로 쓴 고대자료를 박씨가 제시한 만큼 오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작품에 문제가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많은 서예인들을 농락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4월29일 박씨의 작품이 제30회 국전 서예부문 대상작으로 뽑힌 이후 일기 시작한 오자논란은 심사위원 자질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서예계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해 ‘청탁비리’ 같은 스캔들로 비화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씨가 제시한 자료가 전돌에 쓰인 글자에 불과한 것으로 아무런 권위가 없는데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국전 측의 처신이 석연치 않다” “세상에 없는 글자를 써 대한민국 국전에서 대상을 차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심사위원들이 비호했거나 그들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문제다” “잘못 쓴 글자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축의금 봉투에 결혼의 ‘결(結)’자를 ‘’로 써도 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등 국전의 심사과정이나 이후 대처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비난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전 서예분과위원장인 선주선 원광대교수(서예과)는 “한자는 오랜 세월 획이 추가되기도 빠지기도 했다. 박씨가 쓴 글자는 ‘힐’ 외에는 다른 글자로 읽힐 오해의 소지가 없는 만큼 받아들일 만하다”면서 “설령 문자학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서예는 예술이라는 연장선상에서 볼 때 박씨의 사례는 대상작으로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중(韓中)언어학의 대가인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는 “서예는 그림이 아니라 글자이기 때문에 글자가 틀리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박씨가 쓴 힐자는 명백한 오자인 만큼 국전이 바로잡지 않으면 차순위로 대상에 밀린 출품자로부터 법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