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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국새 이번엔 ‘규정 위반’ 논란

말 많고 탈 많은 국새 이번엔 ‘규정 위반’ 논란
“당선작, 2개 상징 뒤섞여” 주장에 행안부 “창작자율성 범위” 반박
한겨레 노형석 기자기자블로그
» 지난달 24일 공개된 5대 국새 인뉴 모형 당선작. 전통공예가 한상대씨의 작품으로 쌍을 이룬 봉황 사이에 활짝 핀 무궁화꽃이 내려앉은 구도다. 행안부는 이 국새 모형을 바탕으로 4월부터 금합금 실물 제작에 들어가 8월 완성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 많고 탈 많은 새 국새(나라를 대표하는 도장) 제작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있다. 이번에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당선작을 발표한 5대 국새의 공모 규정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진행된 국새 인뉴(손잡이 부분) 모형 공모 심사 과정에서 전통공예가 한상대씨의 당선작이 공모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일부 낙선자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가 부처 홈페이지와 신문 등을 통해 공표한 공모 규정을 보면, 인뉴의 모양은 봉황(쌍봉) 또는 무궁화, 태극기, 애국가 등의 국가상징을 활용한 문양 가운데 하나를 골라 선택한 뒤 만들도록 했는데, 당선작은 규정을 어기고 봉황, 무궁화 두가지를 뒤섞어 출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선작을 보면, 쌍을 이룬 두마리 봉황 사이에 활짝 핀 무궁화꽃을 배치해 조형적 주목도를 높인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일부 낙선자들은 이를 문제 삼아 출품 규정을 어긴 작품에 특혜를 주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낙선자인 도학회 한서대 교수는 “응모 당시 행안부쪽에 직접 문의한 결과 봉황과 무궁화 등의 국가상징은 공표한 규정대로 같이 조합해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출품작 일부는 이런 규정으로 묶어놓고 당선작 등에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불평등할 뿐 아니라 행안부가 응모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행안부쪽에 이의제기서를 보내 공식해명과 심사무효화, 재공모 등을 요구했으며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법적인 대응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쪽은 절차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행안부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공모 규정에 명기하지는 않았으나, 창작 자율성 차원에서 봉황을 주된 무늬로 쓰고 무궁화 꽃문양을 조금 섞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냐”며 “일부 출품자들이 공모 규정을 잘못 이해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뉴 부문 당선자를 가린 심사위원회의 한 위원은 “솔직히 기술력이나 조형성 측면에서 당선작으로 추천하기에는 전체 출품작들의 수준이 부족했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선정 기준을 놓고 의견일치가 잘 되지 않았다”고 밝혀, 공모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4대 국새는 지난해 제작을 맡았던 장인 민홍규씨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폐기된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